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인간실격(다자이 오사무) – 독후감

예전에 전역한지 얼마 안되었을 때 슬럼프가 왔던 적이 있다. 군대를 전역하고 엄청난 자신감에 휩싸여 있던 때라 이것 저것 일을 많이 벌이며 해보려 하던 것들이 많았는데 뜻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었고 불행한 일들이 연달아 일어났다. 몇 개월이고 지속되자 무기력함이 몰려왔다. 큰 자신감은 무기력함을 느낄 때 오히려 독이 되어 나를 더 작게 만들었다. 그러나 우연히 “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.” 라는 제목의 플레이리스트를 듣게 되었다. 제목과 어울리게 우울하고, 어둡고, 쓸쓸한 음악이 흘러나왔다. Acoustic Cafe의 Last Carnival이라는 음악이다.

????????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.때껄룩ᴛᴀᴋᴇ ᴀ ʟᴏᴏᴋ

내가 느끼는 기분과 비슷한 감정을 가진 음악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. 그 문장을 찾아보니 ‘인간실격’이라는 책에 나오는 문장이라고 했다. 그 책에 대해 알아 보니 당시 내가 겪고 있던 무기력함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, 말그대로 지옥 속에서 삶을 보낸 듯 한 사람에 대해 알게 되었다. 자기모순과 자기혐오로 5번의 시도 끝에 결국 스스로 지옥같은 삶의 마침표를 찍은 이. 그 내용을 당시 다 읽지도 않았지만 무언가 우울함 속에서 느껴지는 게 있었다. 막상 표현하려니 형용하기 힘든 그런 느낌이었다. 어째서인지 조금은 힘이 나는 것 같은 느낌. 왜인지 모르게 조금 위로받은 느낌. 얼마전 중고서점에서 그 책을 발견하고는 당연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.

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. 저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.

주인공 요조의 첫 번재 수기의 처음 두 문장이다. 굉장히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문장이다. 나는 이 두 문장이 소설 전체를, 어쩌면 작가의 삶까지도 관통하고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. 요조는 철저하게 인간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누구보다 인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. 모순적이다. 소설의 주인공 요조와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자기 모순부터 소설의 모순, 당시 일본사회의 모순을 지나 현 사회에 만연해져버린 모순들까지 아울러 극단적 예로 자기반성에 대한 필요성을 암시하는 것 같았다.

저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남이 저를 죽여줬으면 하고 바란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남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. 그것은 오히려 상대방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일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.

그리하여 그 다음 날도 같은 일을 되풀이하고,

어제와 똑같은 관례를 따르면 된다.

즉 거칠고 큰 기쁨을 피하기만 한다면,

자연히 큰 슬픔 또한 찾아오지 않는다.

앞길을 막는 방해꾼 돌을

두꺼비는 돌아서 지나간다.

극단적으로 우울하고 어두운 문장들이다. 아이러니 하게도 우울할 때 더 우울한 사람의 경험을 듣고, 문장을 읽고 위로를 받았다. 기분이 썩 좋지는 않지만 오히려 귀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고싶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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